국회의원과 후보만 되면 막말…

이수기 (논설고문)

2014-03-05     경남일보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과 함께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명함을 돌리며 얼굴을 알리려는 인사들이 달려오고 휴대전화에는 하루가 멀다고 출마 예비자들의 문자들이 날아들고 있다. 선거 분위기가 벌써부터 혼탁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비후보 등록 이후 경쟁자를 깎아내리기로 작심한 것처럼 인신 비방이 난무하고 있다. 예비후보 등록의 취지는 선거에 출마할 뜻이 있음을 공표한 후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는 것이다. 출마를 선언한 예비후보들은 그 같은 참뜻을 망각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입은 먹어서 생명을 유지하고 대화를 통해 의사소통을 하기 때문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기관이다. 입은 간혹 무기로도 쓰일 때도 있지만 다른 사람과 의사를 전달한다. ‘삼촌지설(三寸之舌) 강어백만지사(彊於百萬之師)’즉 ‘세치 혀가 백만 명의 군대보다 더 강하다는 뜻’으로, 뛰어난 말재주를 일컫는다.

▶입은 곧 재앙의 문이요, 혀는 곧 몸을 자르는 칼이 될 때도 있다.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 처신하는 곳마다 몸이 편하다. 우리 속담에 혀 아래 도끼 들었다는 ‘구시상인부(口是傷人斧’)도 있다. 입을 잘못 놀리면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 된다.

▶‘태평어람 인사편’에 ‘병종구입(病從口入) 화종구출(禍從口出)’이라는 말이 있다. ‘병은 음식을 조심하지 않는 데서 오고, 재화(災禍)는 말을 조심하지 아니하는 데서 온다’는 뜻이다. ‘입조심 하라’는 얘긴데 예비후보들 간에 곳곳에서 혈투를 벌이는 곳도 있다. 멀쩡한 사람도 국회의원이 되거나 후보만 되면 막말을 하다 패가망신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발 없는 말은 천 리를 가고 한 번 쏟아낸 말은 주워담을 수 없다. 누구든 뱉은 말은 책임져야 한다.

이수기 (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