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기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봄2

2014-03-21     경남일보
 
디카시
[차민기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봄2

 

실어 오지 않아도

뿌리지 않아도

메말랐던 혈관 사이로

물이 오르는 계절




-조영래<봄2>



어딘가에 불이 났나 보다. 물주머니 매단 헬기의 프로펠러가 다급해 보인다. 그런데 시인은 저 물주머니를 아직 움 틔우지 않은 빈 가지와 연결 짓는다. 낱낱의 사물로 존재하는 저 아득한 거리를 단 넉 줄의 시행들로 이어 붙였다. 그 넉 줄의 시행들을 따라 ‘겨울 나무에서 봄 나무에’로 시간이 옮겨져 읽는 이의 상상 속에선 빈 가지 그득 연초록 잎이 눈 틔우는 풍경이 환상처럼 번져 간다. 짧은 시행들만으로 아득하게 단절된 이미지들을 이어 붙여 여러 의미들, 혹은 다른 풍경들을 파생시켜 가는 힘이 놀랍다. 시를 읽는다는 것은 시인들의 눈을 빌려 내가 미처 보지 못한 일상의 풍경들을 의미 있게 읽어내는 경험이다. 올 봄, 이 시인의 디카시가 자꾸 기다려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차민기·창신대학교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