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벚꽃

강동현 (편집부장)

2014-04-07     강동현
올해 벚꽃은 유독 계절감각을 잃은 모양새다. 3월 중순까지 강원도 산간에 폭설이 쏟아지던 이상저온 현상이 갑자기 이상고온으로 바뀐 탓일까. 때이른 봄더위에 벚꽃 개화가 ‘속도위반’을 하고 있는 셈이다. 상춘객들은 일찍 핀 벚꽃이 무척 반갑겠지만 정작 꽃축제를 준비하는 지자체나 여행사들은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매년 4월이 되면 우리 고장 진해에서 핀 벚꽃이 하동을 거쳐 서울까지 보름 정도의 기간을 두고 서서히 북상했지만 올해는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벚꽃이 피는 초유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지금 군항제가 한창인 진해도 축제 일정이 며칠 더 남아 있는데 벌써 꽃잎이 다 떨어질까 걱정이다. 이처럼 벚꽃이 빨리 핀 것은 개화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3월의 이상기온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기상청의 분석이다.

▶기상청은 특히 “서울에서 벚꽃이 3월에 핀 것은 1922년 처음 관측한 이래 92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벚꽃의 경우 꽃이 피어있는 시간이 너무 짧기 때문에 올해와 같이 이상고온 현상이 계속된 경우 꽃축제 관계자들은 축제 일정을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마련. 따라서 전국의 상당수 지자체는 올해의 경우 관례를 깨고 예년보다 1주일 이상 앞당겨 개최하고 있다.

▶해수면 상승 등 지구 온난화로 인한 생태계 혼란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일어나고 있다. 환경운동가이면서 미국 부통령을 지낸 앨 고어의 지구촌 이상고온 현상에 대한 경고를 되새겨본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재해는 더 이상 멀리 있지 않고 바로 우리 주변에서 나타나고 있다.”

강동현 (편집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