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어를 굽다 Ⅰ (전다형 시인)

2014-04-21     경남일보
청어를 굽다 1 (전다형)



청어 살을 발라 먹으며 용서를 생각한다.

살보다 가시가 많은 청어

가시 속에 숨은 푸른 속살을 더듬어 나가면

내 혀끝에 풀리는 바다

어제 그대의 말에 가시가 많았다.

오늘 하루 종일 가시가 걸려 목이 아팠다.

그러나 저녁 젓가락으로 집어내는 청어의 가시

가시속에 감추어진

부드러운 속살을 찾아가다 만나는 바다의 선물

어쩌면 가시 속에 숨은

그대 말의 속살을 듣지 못했는지 몰라

가시 속에 숨은 사랑을 발라내지 못했는지 몰라

오늘 밤 이불속에서 그대에게

화해의 따뜻한 긴 편지를 써야겠다

가시속에 빛나는 청어 한 마리

어느새 마음의 지느러미 달고 바다로 달아난다.



▲작품 설명: 상처에 소금을 뿌리고 화덕위에 돌아누운 청어처럼 그대의 말씀이 모가지에 걸려 불면을 견디든 밤, 또 종일, 정제된 은유 속에서 도친 가시들이 껄끄럽고 성가시게 온몸을 헤집었지만, 낱낱의 가시에 발린 은혜로운 의미가 새 살을 돋우고 그 편차를 알게 되는 순간, 그래 저 푸른 동해에 고래 한 마리 되어야겠다.(주강홍 진주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