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불감증 없는 천국의 나라

박남창 (국립산림과학원 남부산림자원연구소 자문위원, 농학박사)

2014-05-14     경남일보
먼저 세월호 참사의 아픔에 대하여 대한민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어른으로서 진정으로 머리 숙여 속죄하는 바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고를 보면서 우리의 안전에 대한 불감증 의식에 대하여 일전에 외국 출장 중 느낀 점을 피력하고자 한다.

80년 말 작금의 우리나라 산림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소나무재선충병을 연구하기 위하여 일본에 연수를 간 적이 있다. 연수 기간 중 소나무재선충 피해지 및 일본에서 수행하고 있는 시험지를 안내하기 전 안내자가 안전사고에 대한 사전 철저한 대비를 위한 준비성이 평소의 생활 속에서 몸에 배어 있는 모습을 보면서, 나 자신의 평소 출장준비와 비교할 때 안전에 대한 불감증에 중독되어 있었던 점을 부끄럽게 느낀 적이 있다. 즉 현장에서 만에 하나라도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대비하기 위하여 안전모, 안전화, 각반 및 구급의약품 상자까지 꼼꼼히 준비하면서 체크하는 모습은 누가 보아도 외국에서 온 손님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고 일상생활 속에 배어 있는 생활습관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또 한 번의 경험으로 90년 후반기에 인근 차나무 재배 농가들과 함께 일본의 차 재배 농가를 방문해 겪었던 일로 차 재배 농가에서 현대화된 재배 내역들을 상세히 설명 듣고 다음 방문장소인 차 가공공장을 가기 위하여 30명이나 되는 방문객들이 한적한 시골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이때 시골길에서 자동차 두 대가 천천히 일행들과 보조를 맞추면서 뒤따라가는 것을 보고 자동차가 지나갈 수 있도록 옆으로 비켜서 걸어가라고 이야기를 하자마자 우리 일행 중 한분이 뒤돌아보면서 “바보같이 경보음을 울리지”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때 문득 내 자신의 머릿속을 스치는 느낌은 ‘비행기 타면 한 시간 이내의 거리에서 생활하고 있는 저분들은 일상생활 속에서의 안전의식에 대하여 우리와 어떻게 이렇게 다를까’라는 고민을 하면서 필자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숙제로 남아 있었다. 정말 우리는 물질적인 선진국은 되었다고 말하면서 선진화된 문화의식은 언제쯤 우리 스스로가 행동으로 나타낼 수 있을까.

일전에 학생을 가르치고 있는 선생님인 친구와 담소를 나누는 자리에서 들은 이야기이다. 선생님이 민방공훈련을 위하여 비상사태가 발생하였다는 가정 하에 오늘 훈련에 대비하라고 이야기 하자, 한 학생이 “선생님, 훈련하였다고 치고 교실에 앉아 있읍시다”라고 말하는 것이 곧 우리의 현실이라며 푸념을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정말 누구의 잘못일까. 탈법은 지혜고 불법은 기술이다. 이렇게 바꾼 가치가 오히려 사회적으로 더 인정받고 존경받는 상위의 가치라고 말하며 정직과 성실, 정의는 단지 낯간지러운 우스갯소리로 여겨지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기에 경제적 발전을 인간성의 발전으로 착각하는 것 역시 정신 결핍증에서 생겨난 것이 아닐까.

한편 안전불감증의 사전적 의미는 안전이란 위험이 생기거나 사고가 날 염려가 없는 상태, 불감증이란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일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따라서 70년대 와우아파트 붕괴, 대연각호텔 화재, 이리역(현 익산역) 열차 폭발사고, 90년대 서해 훼리호 침몰,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화성 씨랜드 수련원 화재, 2000년대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 2010년대 구미 불산 누출사고, 태안 해병대 캠프사고, 경주 마우나 리조트 강당 붕괴사고, 세월호 침몰 사고 등 이러한 사고에서의 공통점이 안전불감증 현상이라고 필자는 감히 말하고 싶으며, 일련의 대형참사를 보면서 우리 국민들의 의식 속에서 꼭 버려야 할 생각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싶다. ‘빨리빨리, 혼자 할 수 있어, 설마 사고 나겠어, 경력이 몇 년인데, 이 정도면 되겠지’ 등이다. 이것도 물론이지만 하지만 무엇보다도 먼저 ‘했다 치고’라는 단어를 우리들의 사고에서 지워야 될 것이라고 감히 말하면서 다시 한 번 더 머리 숙여 진심으로 속죄하는 바이다.
박남창 (국립산림과학원 남부산림자원연구소 자문위원, 농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