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기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얼룩말

2014-05-23     경남일보
디카시
[차민기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얼룩말

 

세렝게티 초원에 살던
얼룩말 한 마리
도시의 길가에서 젖고 있다

울음소리 빗물에
조금씩 지워지고 있다          
-임창연 <얼룩말>



‘세렝게티’는 세계 최대의 평원지대에 있는 동물의 왕국이다. ‘약육강식’이라는 자연의 질서가 그 넓은 평원지대를 아름다운 세계 최고의 동물왕국으로 자리잡게 했다. 우리가 사는 이 도시도 저 세렝게티의 초원처럼 약육강식의 질서 위에서 움직인다. 그러나 우리의 도시가 아름답지 못한 것은 우리가 동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렝게티에서는 얼룩말을 잡아먹어야만 사자가 생존할 수 있지만 사람은 저보다 약한 이들을 보듬고 쓰다듬으면서도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다. 맹자가 논한 ‘측은지심’이 인간의 본성인 것도 이런 까닭일 것이다. 그럼에도 이 도시가 아름답지 못한 것은 수많은 욕망들이 우리를 유혹하기 때문이다. 제발 이 도시에서도 ‘석삼년에 한 이레쯤 천치로 변해’(신경림, ‘목계장터’ 가운데) 욕망을 누르고 사람답게 살았으면 좋겠다.

/차민기·창신대학교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