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진실’

최창민 (경제문화체육부장)

2014-06-02     최창민
사진의 발명은 카메라 옵스큐라에서 시작한다. 어원은 ‘어두운 방’이라는 뜻으로 암상자(暗箱子)를 일컫는다. 어두운 방에 작은 구멍을 내면 반대 측 벽에 외부의 풍경이 거꾸로 비치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그 영상을 빛에 감응하는 인화지에 노출시켜 빛의 명암이 나타날 수 있도록 화학약품처리를 하면 사진이 된다. 그래서 사진은 ‘사실’ 혹은 ‘진실’로 통한다. 서양에서 17세기 화가들이 그림을 그릴 때 활용했다.

▶한때 게으른 화가들의 도피처로 치부되기도 했으나 현대 사진의 영역과 중요성은 이미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털끝 하나, 땀샘 하나까지 보여주는 것을 넘어서, 달의 분화구, 화성의 돌멩이, 토성의 고리, 고리의 얼음과 미세먼지까지 포착해 낸다. 심지어 광활한 우주에 빛나는 별의 탄생과 종말까지 보여주는 것이 사진이다. 스마트폰에 장착되는 이른바 폰카의 성능이 모기가 피를 빨아먹는 모습도 촬영이 가능하고 남·북극의 오로라촬영도 가능해졌다.

▶여기에는 ‘사진=진실’이라는 등식이 성립한다. 그러나 사진은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이 이 시대를 관통하고 있다. 사실 이는 오래 전부터 제기돼 온 불편한 진실이다.

▶최근 6·4 지방선거의 선거벽보와 홍보물에 게재된 사진에 관해 논란이 많다. 나이가 든 후보의 사진이 포토샵을 통해 10년을 젊게 보이게 한다든지, 젊은 사람이 중년이 돼 보이게 한다든지 하는 따위의 선거홍보물이 그것이다. 있지도 않은 사실을 사진 합성해 게재하기도 한다. 이제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선거벽보와 선거홍보물에 게재되는 사진에 대한 정밀한 분석작업도 관장해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최창민 (경제문화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