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방선거일

박동선 (객원논설위원)

2014-06-04     경남일보
춘추전국시대 말기 중국에 도척이란 사람이 있었다. 부하 900명을 거느리고 천하를 돌아다니면서 제후를 침략했다. 남의 집 문지도리를 부수고 들어가 도적질을 하고, 마소를 빼앗고, 부녀자를 겁탈했다. 이득을 탐내어 친척도 잊고 부모형제를 돌보지 않을뿐더러 선조 제사도 지내지 않았다. 이처럼 악독한 짓만을 골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도척은 자신의 수명을 다 누리고 죽었다.

▶걸음 한 번 내딛는 데도 가려서 땅을 딛고, 말을 할 때는 알맞은 때를 기다렸다가 하며, 길을 갈 때는 작은 길을 비켜 큰길로 가고, 바른 일이 아니면 떨쳐 일어나지 않는데도 재앙을 만나는 사람은 수를 헤아릴 만큼 많다. 최근 세월호에서 우리는 죄 없이 희생당한 어린 학생들을 보았다. 그들을 구하려다 자신이 생명을 잃는 희생정신에 함께 울었다.

▶‘하늘의 이치는 사사로움이 없어 늘 착한 사람과 함께한다’는 것이 동양적 사고방식이다. 하늘이 착한 사람에게 복을 내려주고 악한 사람에게 벌을 가한다면 세상일이 어째서 이처럼 대비되는가. 재앙이란 복이 의지하는 곳이다. 복이란 재앙이 숨어 있는 집이다. 근심과 기쁨은 같은 문으로 모이고, 길한 것과 흉한 것은 한 곳에 있다. 권세를 잡는 것이 귀한 것이 아니고, 궁해서 필부가 되는 것이 반드시 천한 것은 아니다. 귀하고 천한 것의 분별은 행동의 아름답고 악한 것에 있다.

▶군자는 죽은 뒤에 자기 이름이 맑게 일컬어지지 않는 것을 가장 가슴 아파한다고 한다. 오늘은 지방선거날이다. 탐욕스러운 자는 재물 때문에 명예를 잃고, 뽐내기 좋아하는 사람은 그 권세로 망한다는 진실을 투표로 보여줘야 한다.

박동선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