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석 (주강홍 시인)

2014-06-09     경남일보
자석 (주강홍)

고물 쟁이 팽씨가
줄을 길게 늘어드리고
냄비 뚜껑만한 자석을 설렁설렁 끌고 다닌다
뒷짐을 지고
폐목 부스러기 속으로
먼 산을 보시면서도 구석구석 거느린다.

구부러진 못들의 눈들이 일제히 빛나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쇠붙이들이 붙는다.
그 꼬리에 그 꼬리에도
주둥이를 내밀고 잽싸게 붙는다.
밀어 제키고 떠밀고 악착같이 붙는다.
먹이를 낚아채듯
눈치 빠른 놈은 발가락에 미리 힘이 들어가 있고
성질 급한 놈은 자장 밖에서도
벌써 움찔된다.
쇠 부치만 붙는다.
모두의 발뒤꿈치에 힘이 들어가 있다.

만선滿船 이다



※시작노트: 벽보 속의 눈들은 은혜로이 빛나고 함성과 갈채의 유세장은 이 나라를 온통 풍선에 매달아 부양 시켰다. 세월호도 잠깐 숨을 죽였고 장미도 한 풀 고개를 숙였다. 민초들의 순정을 흔들든 성찬은 끝났고 또 새 성찬은 시작된다. 비감과 환희가 저잣거리에 희자된다, 세상이 또한 그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