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법과 원칙'이다

서선민 (거제걍찰서 생활안전계장, 경감)

2014-06-26     경남일보
‘세월호’ 사건은 ‘법과 원칙’이 무너진 한국 사회의 단편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선내에 머무르라’는 방송을 의심하지 않고 믿었던 학생들은 사망했고, 학생들을 남겨둔 채 배를 버린 선장과 선원들은 살아 남았다.

서울대 학생들조차 “전쟁나면 예비군들은 입소할거냐”라는 도발적인 글에 대해 찬성·공감을 뜻하는 ‘추천’이 ‘비추천’에 비해 3배나 높은 비율을 보였다고 하니 ‘세월호’ 사건의 일면으로 드러난 국민들의 ‘법과 원칙’에 대한 불신을 짐작할 만하다.

이어서 발생한 ‘서울 지하철 추돌사고’를 보더라도 승객들이 열차 내에서 대기하라는 방송을 따르지 않고 생명을 걸고라도 객차 문을 열고 모두 선로로 걸어 나왔다고 하니, 우리 사회의 불신이 어느 정도까지 이르렀는지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청춘을 꽃피우지 못하고 바닷속에 가라앉은 슬픈 죽음은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를 갖추고 있음에도 법치수준은 OECD 34개국 중 25위에 불과한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 같아 한스럽다.

그동안 정부는 국민 행복과 사회적 자본으로서 신뢰를 증진하는 전제 조건으로 ‘공정한 법집행, 사회내 탈법·무질서 척결’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경찰 역시 ‘원칙중심 신뢰치안’을 모토로 법질서 확립을 통해 사회구성원간 불신을 해소하고 ‘법과 원칙’을 존중하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그동안 노력이 경시되고, ‘법과 원칙’을 중시하지 않는 사회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사회의 투명성·공정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양산하게 되어 결국 구성원 상호간의 갈등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갈등과 불신은 또 다른 갈등과 불화를 발생시켜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유발하게 되고 결국은 대한민국의 성장 잠재력까지 떨어뜨리는 효과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위기의 순간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세월호’ 사건의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개혁과 국민 모두의 합심을 통하여 ‘법과 원칙’이 존중 받고 신뢰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서선민 (거제걍찰서 생활안전계장, 경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