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기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그대 생각

2014-07-11     경남일보
디카시
[차민기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그대 생각

 

나무가 스스로 예감에 겨워
바닥에 제 잎을 써내려가는 계절,
구름 봉투에 봉해지는 하늘이 있다
밤이 뿌리를 내려 서녘에 가닿으면
오늘 밤 네가 핀다               
*윤 성 택<그대 생각>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창세기> 1장은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기 전의 세상만물이 모두 하나(‘카오스’)였음을 전제하고 있다. 거기에서 빛과 어둠을 나누고 다시 궁창을 경계로 위아래를 구분하시니, 비로소 둘째 날에 하늘이 생기고 아침과 저녁이 나뉘었다. 셋째 날엔 물 밖으로 드러난 곳을 아울러 땅이라 이름하고 온갖 풀씨들의 싹을 길러 열매를 맺게 하셨다. 그 위에 ‘사람’을 만드신 것은 엿새째의 일이었다. 그리하여 이 엿새째의 창조물로 당신이 지으신 그 모든 것을 관장케 하셨다. 그러나 이 위대한 일을 어찌 홀로 행하랴. 홀로됨은 다시 혼돈이며 흑암으로의 환원이다. 그대를 그리워하는 일은 봉해진 하늘을 열어젖혀 천지의 질서를 되찾고자 함이다. 그리하여 세상 만물이 빛 아래 온전히 제 모습으로 드러나는 일이다. 우리들이 늘 ‘그대’를 그리워하는 이유다.

/차민기·창신대학교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