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로 전락한 도내 공립 박물관

치적쌓기 눈 멀어 '일단 짓고 보자'

2014-07-18     곽동민
글 싣는 순서
1. 관람객 외면…매년 적자만
2. 선거용 공약의 산물
3. 유물 수집·전시 탈피…지역속으로


◇단체장들 치적 쌓기=경남을 비롯한 국내 공립 박물관수는 지난 2003년 이후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2008년 전국 공립박물관 수는 255곳이었고 2009년 282곳, 2010년 289곳 2011년은 312곳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박물관이 증가하게 된 이유중 하나는 일부 단체장들이 치적 쌓기 차원에서 경쟁적으로 지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다시말해 선거철만 되면 박물관건립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사후관리가 안돼 혈세를 낭비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지자체 마다 꼭 필요한 박물관은 충분한 수요조사와 공청회를 거쳐 타당성이 있다면 반드시 신축해야 한다.

도내 학계 한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하다 보니 콘텐츠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단 건물부터 짓는 경우도 있다”며 “그러다 보니 지역 정체성과 맞지 않는 박물관이 양산되고, 주민들의 호응도 받지 못한 채 퇴직 직전 공무원들이 쉬어 가는 공간쯤으로 인식되는 경우도 있다”고 꼬집었다. 또 까다롭지 않은 설립 규정도 박물관 난립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은 지자체가 예산과 조례를 마련해 설립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장 유물을 관리하는 전문가인 학예사도 1명만 있으면 된다. 이렇다보니 지자체가 중앙으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박물관을 건립하고 있다. 문제는 건립이후 자체재원으로 관리운영해야 하는데 운영능력과 재정상황이 고려되지 않아 결국 관리부실화(재원부족-전시물품 전문인력 미확보-관람객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전문인력 부족·운영능력도 미흡=현재 경남도내 등록된 공립 박물관 수는 20곳(2014년 7월1일 기준)이며, 등록된 학예사 수는 27명이다. 각 박물관에서 근무하는 학예사의 수는 대성동고분박물관 5명, 함안박물관 2명, 양산시립박물관 3명, 통영시립박물관 2명 등 4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1명 뿐이다. 공립 박물관들의 학예사들은 계약직에 머문다. 1년~2년 정도에서 계약을 갱신하거나 최대 5년 이상 초과하지 못하는 불안한 신분이기 때문에 학예사들의 적극적인 활용은 기대하기 쉽지않다. 그러나 학예사들이 정작 심각하게 여기는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기획다운 기획을 할 수 없는 환경과 그로 인한 좌절감, 그리고 정체성의 혼란.

도내 지방 공립 박물관의 한 학예사는 “유물보존 관리, 자료의 전시, 홍보활동에 힘을 쏟아야 할 시간에 인력 부족으로 전기기계가 고장이 나면 가서 고쳐야 하고 넓은 마당에 쌓인 눈과 낙엽을 치워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실정은 전국의 공립박물관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전문직 박물관장은 커녕 행정직 관장조차 없는 경우도 태반이며, 심지어 몇 몇 지자체의 경우 단 한명의 학예사가 두세 군데 박물관을 통합관리하고 있는 곳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학예사는 자연스레 박물관 관리에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지자체가 설립한 공립박물관은 대형화되고 있지만 전시자료는 턱없이 부족하고 건립 후에는 전문 인력과 운영예산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관람객 감소라는 악순환이 전개되고 있다. 철저한 계획과 준비없이 단순한 장식·치적용 선심성 공약실천을 무리하게 추진한 일부 단체장들이 이같은 악순환을 자초하고 있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오고 있다. 한 학예사는 “전문가들의 손길이 필요한 박물관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노동여건이 열악한 전문학예사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제도적인 배려가 선행되어야 하고 다양한 콘텐츠확보와 기획, 아울러 홍보가 뒤따라야만 회상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곽동민기자·강덕훈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