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1 (오세영 시인)

2014-07-21     경남일보
그릇1 (오세영)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절제(節制)와 균형(均衡)의 중심에서
빗나간 힘.
부서진 원은 모를 세우고
이성(理性)의 차가운
눈을 뜨게 한다.
맹목(盲目)의 사랑을 노리는
사금파리여.
지금 나는 맨발이다.
베어지기를 기다리는
살이다.
상처 깊숙이서 성숙하는 혼(魂)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무엇이나 깨진 것은
칼이 된다.



▲작품설명:깨진 것들은 파편이 된다, 파편의 모서리는 날카롭다, 균형을 잃은 파탈로 일상의 절재를 깨뜨리고 칼날로 다가오는 사랑이여, 맨살에 피 흘리며 인내의 파주력과 파탄력 사이에서 준비된 모순이여, 그리고 가려진 나여.(주강홍 진주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