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기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공간

2014-08-01     경남일보
디카시
[차민기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공간

 

공간

한 뼘 그늘도
소중해지는
계절이 거리를
좁혀 왔다                        
- 홍미애 <공간>



미국의 문화인류학자인 에드워드 홀은 인간의 공간 욕구를 연구한 글에서 1.2m 이내를 사적 공간으로 규정하고, 3.6m를 사회적 거리로 규정하였다. 또한 인간과 인간 사이에 가장 친밀한 거리는 46cm 이내에서 이루어진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물론 각 문화권마다의 차이는 있겠지만, 인간심리를 공간과 연관 지어 이해하려 했다는 점이 재미있다. 그러고 보면 공간 욕구는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들의 공통된 욕구 같아 보인다. 저마다의 방법으로 영역을 표시하고, 때로는 더 넓은 영역을 차지하기 위해 전투를 감행하기까지 하는. 지금 우리는 필요 이상의 공간 욕구를 지니고 사는 게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필요 이상으로 넓은 공간 안에서 지극히 사회적 거리로만 존재하는 개인들. 계절이 좁혀 준 이 ‘한 뼘 그늘’이 새삼스러운 의미로 새겨진다.

/차민기·창신대학교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