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기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바람의 연주

2014-08-15     경남일보
디카시
[차민기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바람의 연주

 

도연명의 무현금 어떤 소리일까
너무 얕은 마음으로는 도무지 들을 수 없어
바람이 연주하는 칠현금 눈으로 듣는다
한가로운 관객들 구름처럼 몰려왔다

- 이기영 <바람의 연주>


음률을 알지 못해 거문고를 직접 연주할 줄 몰랐던 도연명은, 술에 취하면 줄을 매지 않은 거문고를 쓰다듬으며 그 운치를 즐겼다 한다. 분명한 듯하면서도 때로는 허허롭기 그지없는 것이 사람의 감각이다. 때로는 그 감각에 치우쳐 생각을 깊게 이어가지 못하는 일이 잦다. 한 번만 더 돌이키고 조금만 더 마음을 다스리면, 세상 사는 일이 여유로워질 터인데, 투박한 오감으로 지각된 세상이 우리 생의 전부인 양 짧게 생각하고 거칠게 말하는 버릇들이 사람과 사람 사이 줄 경계를 짓는다. 장마구름 빼곡한 하늘 한 켠에 바람이 전하는 뜻을 마음에 들앉힐 수 있기를.

/차민기·창신대학교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