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와 용서

변옥윤 (객원논설위원)

2014-08-15     경남일보
세인들의 관심사에서는 멀어졌지만 얼마 전 전두환 전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저를 방문, 병문안을 했다고 한다. 5공 청산으로 노 전 태통령에 의해 2년간 백담사에 유배된 전 전 대통령으로서는 감회가 달랐을 것이다. 오랜 친구였던 둘은 나란히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지만 내란음모로 나란히 영어의 몸이 되기도 했다.

▶세간에선 이들의 만남을 화해의 자리로 보고 있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었다. 2009년 김영삼 전 대통령은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병문안했다. 민주화 투쟁의 동지이자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두사람 사이의 애증의 세월도 죽음 앞에선 화해와 용서가 가능했던 것이다. 어쩜 전직 네 대통령의 살아 생전 용서와 화해는 본인에게는 마음의 짐을 벗는 일이고 국민들에겐 한 시대를 정리하는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다.

▶오늘은 69번째 맞는 광복절이다. 36년 간의 압제로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숨져 갔고 수탈과 강제징용, 정신대로 찢길대로 찢긴 아픈 한을 우리는 안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아직도 과거의 잘못에 대한 화해의 몸짓을 보이지 않고 있다. 화해는 용서의 전제조건이다. 또 한번 광복절을 보내면서 언제쯤 한·일 관계가 화해와 용서로 발전해 공동의 발전을 도모하게 될지 암담할 뿐이다.

▶광복절을 앞두고 교황이 방한하여 100시간의 방한 일정에 들어갔다. 가난한 자들을 돌보고 시복식을 집전하는 일련의 움직임에는 사랑과 화해, 그리고 용서의 메시지가 강하게 깔려 있다. 교황의 방한이 우리사회가 화해와 용서로 변화하고 한·일 관계도 신의 은총으로 변화되길 기대해 본다.

변옥윤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