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행동 양식은 어린이의 거울

박득자 (배영초등학교장)

2014-08-22     경남일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각종 법령과 조례를 제정하여 학생에게 안전한 교육환경을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를 둘러싼 상황은 제도적 안전장치를 무기력하게 하는 성숙하지 못한 시민의식이 학생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학생 교육을 담당하는 교원으로서 지역공동체가 함께 안전하고 깨끗한 학교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몇가지 제안한다.

도로교통법은 초등학교와 유치원의 주 출입문을 기준으로 300m 이내를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하여 주정차 금지, 속도제한 등 제재를 하고 있다. 학교 주변의 교통상황을 보면 불법 주차, 학부모의 등하교 차량의 몰지각한 정차, 학원차량의 주정차, 과속차량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비가 오는 날에는 승용차로 등교를 시키는 학부모가 더 많아지는 데 우산을 쓰고 도보로 등교하는 학생들의 시야가 좁아져 더욱 위험해 보인다. 더 안전하게 교문 앞에 자녀를 내려주려는 부모의 심정도 이해되지만, 도보로 등교하는 보행자를 배려하는 마음이 아쉽다. 어린이는 웃어른의 행동양식에서 자신의 가치관을 형성해 가게 된다.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의 준법정신과 타인을 배려하는 선진적인 교통문화를 우리부터 실천해 보자.

지방자치단체는 조례를 제정하여 학교환경 위생정화구역 내를 어린이 식품안전보호구역으로 지정하여 정서저해 식품과 부정불량 식품의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어린이에게 안전한 음식을 공급하는 것은 우선 학교환경 위생정화구역 내에서 음식을 판매하는 영업주의 책무성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영업주는 판매하는 음식의 위생상태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하며, 판매한 음식을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공간을 매장 안에 확보하는 등 안전한 환경을 갖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게에 음식을 먹을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니 학생들은 길거리에서 음식을 먹게 된다. 하교 후 학교 주변과 운동장은 학생들이 버린 과자봉지, 음식찌거기, 포장지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와 함께 학생들의 양심도 함께 버려지는 것이다. 학교와 가정에서 동시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생활지도를 하여 학생의 바람직한 행동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간혹 주택가에 둘러싸여 있는 학교는 지역주민이 내다 버리는 쓰레기 봉투로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어린이보호구역 펜스에 며칠씩 쓰레기 봉투를 버려둔 모습을 지켜본 학생들에게 공중도덕을 지켜 달라고 어른들이 가르친들 어린이들이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 가정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는 정해진 장소와 정해진 날짜에 배출하여 학교 주변을 깨끗하게 유지해 주려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기대해 본다.

박득자 (배영초등학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