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장마

2014-08-28     강동현
늦여름 8월이 끝날 무렵 남부지방에는 ‘물폭탄’을 방불케 하는 비가 거의 매일 내리고 있다. 올해는 마른장마가 지나고 나니 철없는 ‘가을장마’가 시작된 것이다. 당분간은 소나기가 내리는 등 잦은 비가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추석이 있는 9월 초순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가을장마란 우리나라 기후의 특징으로 8월 말부터 9월 중에 정체전선에 의해 계속되는 비를 일컫는다. 공식용어는 아니다. 장마가 끝나도 쉴 새 없이 쏟아지는 국지성 호우라 ‘2차 장마’라고도 한다. 여름 장마보다 짧고 굵게 비가 내리는 특징이 있고 강수량도 여름 장마의 1.5배에 달한다.

▶지난 25일엔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인명 피해와 주택가·도로 침수, 산사태 등 큰 피해까지 발생했다. 특히 창원 마산합포구 진동면 덕곡천에서는 시내버스가 집중호우로 인해 불어난 급류에 휩쓸려 하천으로 추락, 탑승자 7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돼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가을장마는 수확기를 앞둔 농작물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옛말에 ‘가을장마가 오면 곡식이 썩는다’라는 말이 있다. 농업인들은 가뜩이나 일찍 찾아온 추석 대목까지 겹쳐 어렵게 키운 과수와 작물의 상품성이 떨어져 소비자들이 외면할까봐 걱정이 태산이다. 마른장마와 가을장마가 잇따라 발생하는 것이 기상이변의 전주곡이 시작된 듯하다. 어쩌면 가을장마는 기후변화에 시달려온 지구가 우리에게 던지는 또 하나의 경고일지도 모른다. 정부당국의 각별한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