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 (장석주 시인)

2014-09-01     경남일보
숯 (장석주)


숫제 타버린 기억들,
너는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양어머니의 골다공증 고관절보다
더 약한
나무의 검은 뼈,


팔꿈치 세 개가 닳도록
건반 없는 피아노를 쳤으니,
너는 이미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달은 차다.
숯은 검다.


숫기 없는 숯아,
한 줌의 불도 품지 못해 싸늘한 혼아,
오라,
와서 남은 네 찬술을 마저 마시고
한숨도 쉬고 슬픔도 달래렴.



작품설명: 나무였든 기억은 다 지워지고 없다, 햇살을 머금고 과육을 키우든 한 때의 기억도 까맣다 열정을 다 불 태워버린 혼의 가벼움, 노동의 관절은 다 닳았고 이제 한 줌의 불길도 누구의 가슴도 데울 수 없는 폐기된 용도, 존재의 빈 가지 끝에 흔들리는 저 달처럼 이 밤이 차다.(진주문협 회장 주강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