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 (송진환 시인)

2014-09-15     경남일보
바지 (송진환)


벗어둔 바지가
어제를 증언하듯 구겨진 체
의자 등받이에 제멋대로 걸쳐져 있다

구겨진 만큼 돌아왔으리

돌아오며, 힘겨웠든 것들

그 주름살 속에 숨어 있으리

얼굴 붉혔던 사연들만은 아직 얼룩으로 남아 저리

후줄근히 아침을 맞고 있다

오늘 내 길은 얼마나 멀까

또 얼마나 구겨져 내동댕이쳐질까, 더러는

서러운 얼룩까지 묻어



▲작품설명:고단했던 어제가 허물처럼 의자에 팽개쳐져 있다. 이마의 잔주름처럼 구겨져 서러움이 베여있어 오늘 또한 하지정맥류의 다리를 이끌고 만만찮게 패인 그 길들을 헤매야 한다. 삶의 모서리를 바짓가랑이로 끌고 두드러기처럼 또 솟아야 한다. 함부로 내동댕이쳐질지 모르는 일상, 고단한 삶의 명제(주강홍 진주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