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타령과 잔짜 ‘자린고비’의 선행

이수기 (논설고문)

2014-09-24     경남일보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생 돈이 없다고 늘어놓는 푸념이나 잔소리인 ‘돈타령’을 하면서 살게 된다. 돈이 들어오면 얼굴이 펴지고 마음이 느긋해지며 명랑해지기도 하고 교만해지기도 한다. 돈이 없으면 그 반대가 되어 인생의 살맛이 없어진다. 돈이 인간의 생각과 욕망과 가치와 성정·감정과 희망 혹은 절망까지를 지배한다. 돈 앞에선 피도 눈물도 없어질 때도 있다. 돈이 삶의 희망이고 복지였을 때 돈은 순기능을 한다. 돈이 한쪽으로 몰리면 그것을 해소하려는 또 다른 한쪽의 힘이 분출한다. 정부는 국민들이 ‘돈타령’을 안 하도록 복지를 펴야 한다. 보편적 복지라는 정책을 통해 누구도 이 땅에 태어나서 돈이 없다는 죄로 배우지 못하거나 치료하지 못하거나 굶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아니꼬울 정도로 인색한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로 ‘자린고비’라 한다. 조선 팔도에서 제일 근면하게 살았다고 해서 일명 ‘충주 자린고비’는 실존인물인 조륵(1649~1714)이 모델이라 한다.

▶‘자린고비’라는 조륵은 평생 동안 구두쇠 짓을 해서 모은 재산을 가뭄에 시달리던 1만호의 백성들을 구했다. 주민들이 감동, 조륵 사후에 ‘자인고비(慈仁考碑:어버이같이 인자한 사람을 위한 비석이라는 의미)’라는 비를 세운 데에서 와전되어 전해진 것이라고 한다. 전라·경상도에 기근이 들어 주민들이 허덕일 때 조륵은 평생 모은 재산을 아낌없이 내어 흉년에 허덕이는 주민 구제에 나섰다.

▶‘자린고비’를 구두쇠의 대명사로 쓰이고 있지만 실은 자선사업가를 의미하는 대명사로 씀이 바람직할 것이다. 경제불황으로 어려운 사람이 많은 요즘 ‘진짜 자린고비 같은 선행’이 곳곳에서 많이 나타나길 기대한다.

이수기 (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