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다오바다 (황숙자 시인)

2014-09-29     경남일보
칭다오 바다 (황숙자)



바다는 수평선을 끌어 당기며 흔들리고 있다

불혹이 정박한 항구는 해미에 젖어 있고

낮선 언어들이 밀물처럼 밀려오는

이국의 날들

따뜻하고 슬픈 광장의 눈빛사이로

어슬렁거리는 일상이 지금 만조다



때로는 산다는 것이

개펄에 빠진 신발처럼

무겁고 거추장스럽기도 하는 것



문득 돌아본 자리

때때로 멈추어야 비로소 눈에 들어오는 것들



저 미칠

칭다오 바다

항로를 알 수없는 생의 한때 유배당한다.



▲작품해설: 낮은 안개만큼 사유가 짙게 깔리고 삶의 궤적을 멈추고 잠시 정점으로 서 있는 시간, 질펀한 삶의 바닥들이 제한적인 환경의 발목을 채우고 있다. 멈추어 보아야 보이는 것들, 그리고 스며들 수 있는 것들, 겉과 속이 유리된 건조한 일상 속에의 존재의 방정식은 까다롭고 지금 마흔의 나이가 젖어 있다. (주강홍 진주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