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이홍구 (창원총국장)

2014-09-29     이홍구
우리는 그동안 아동학대를 가정문제로 치부해왔다. 부모가 자녀에게 체벌 명목으로 폭력을 행사해도 ‘자식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됐다고 용인하고 넘어갔다. 그러나 어떠한 이유와 명분을 들더라도 아동에 대한 폭력과 학대는 엄연한 범죄행위다. 학대행위는 아동에게 신체적 손상을 물론 일생동안 치유하기 힘든 정신적 상처를 남긴다.

▶아동보호 전문기관에 접수되는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매년 1만여 건에 이르고, 2013년 학대로 인한 아동 사망 건수도 22건이나 된다. 전국적으로 올들어 8월까지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1만240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7541건)보다 35% 증가했다. 경남지역에서도 지난 6월까지 발생한 아동 학대 행위는 386건으로 한 달 평균 64건에 이른다. 이 추세로 볼 때 올해 아동 학대는 600건을 훨씬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아동학대의 대부분은 부모에 의해 자행된다. 경남지역 아동학대 가해자도 부모가 70∼80%를 차지한다. 부모 중에서는 아버지의 아동 학대가 어머니보다 많았다. 지난해의 경우 아버지가 저지른 아동 학대 행위는 233건으로 어머니의 195건보다 38건이 많았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학대행위의 상당수가 부모의 음주후 발생하고 있다.

▶심각한 아동학대의 현실에 따라 정부도 강력한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해말 국회를 통과한 ‘아동학대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29일부터 시행된다. 아동학대 가해자에게 무기징역까지 처벌을 강화하고, 친권 제한도 가능하게 했다. 특히 신고 의무도 강화돼 침묵도 죄가 될 수 있다. 아이 돌보미나 학원 강사 등이 아동 학대를 의심하면서도 신고하지 않으면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법률에 의한 처벌강화도 중요하지만 아동학대는 엄연한 범죄 행위이고, 학대신고는 의무라는 국민적 인식이 확산되어야 아동학대를 막을 수 있다.

이홍구 (창원총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