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베이스캠프의 붕괴

안상근 (객원논설위원)

2014-10-03     경남일보
허버트 G. 웰즈는 ‘가정은 고달픈 인생의 안식처요, 모든 싸움이 자취를 감추고 사랑이 싹트는 곳이요, 큰 사람이 작아지고 작은 사람이 커지는 곳이다’며 가정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 오면서 개인주의화, 급격한 고령화와 저출산 현상, 만혼화 및 이혼율 증가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가정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보건사회연구원의 ‘가족변화 양상과 정책 함의’란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에는 1인 가구 9.0%, 2인 가구 13.8%로 1~2인 가구가 22.8%였으나 20년이 흐른 2010년에는 48.2%로 급증했다고 한다. 반면 4~5인 가구는 같은 기간 58.2%에서 30.6%로 크게 줄어들었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변화도 가파른 수치변화를 나타내고 있다. ‘결혼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98년 33.6%에서 2012년 20.3%로 줄었고, ‘자녀를 반드시 가져야 한다’는 생각도 97년 73.7%에서 2012년 46.3%로 급감했다. 혼인건수 대비 이혼건수의 비율도 1990년 11.4%에서 2013년 35.7%로 증가하는 등 가족해체 상황이 심각하다. 초혼연령이 높아지고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현상까지 고려할 때 가족붕괴는 현실로 다가오는 듯하다.

▶가족을 뜻하는 식구의 의미도 갈수록 희미해진다고 한다. 식구는 한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이다. 최근 보건복지부의 조사에 의하면 ‘일주일 중 평일 5일 가운데 이틀 이상 가족과 저녁식사를 한 사람’이 전체의 64%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가족은 인생이라는 험한 등반 과정에 베이스캠프와 같은 곳이다. 베이스캠프는 안정되고 화목해야 한다. 정부나 지자체도 베이스캠프가 붕괴되지 않도록 변화하는 다양한 가족의 유형에 맞춰 적극 대처해야 할 것이다.
 
안상근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