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기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찬란한 오후

2014-10-17     경남일보

[차민기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찬란한 오후



찬란한 오후 -김상미

 

어느 나라의 지도일까?
그곳에 가 한 아이를 배고 싶다
그 아이가 푸르른 나무 한 그루로 자라나도록    


제 발로 움직이는 것들과 제 몸으로 흔들리는 것들이 무수히 들고 났을 울울창창의 생이 이기적이고 천박한 인간의 욕망 앞에 무참해져 버린 오후 한때, 잘린 몸통마저 철망에 겹겹이 둘러싸여 드넓은 뭍으로부터 유폐된 수목(囚木)의 그루터기. 그러나 저 절망의 바닥 어딘가에서부터 차근차근 푸르게 줄기를 세워가는 작은 생명들이 있다. 언젠가는 낱낱의 철조망을 푸르게 뒤덮어 버릴 혁명의 기운들이 저 수목의 밑둥 어딘가에 같은 뿌리로 벋어가고 있을 것을 믿는다. 그리하여 머지않은 우리들 생의 오후 한때는 찬란한 빛으로 푸를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