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기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세심

2014-10-24     경남일보
10.24 디카시
[차민기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세심


<세심>(洗心)   - 조영래


아무리 씻어도
자꾸만 때가 나오는 것은
몸이 살아 있어서 그렇다

눌러 둔 마음이 늘 철썩거리는 것은
영혼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부스스한 몰골로 들어갔다가 광대뼈 한가득 바알간 꽃등을 매달고 나오던 환했던 주말 저녁 한때. 늘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칼클케 씻기야 댑니더이~”라는 당부를 잊지 않으시던 어머니. 그러나 벗겨도 벗겨도 밀려 나오는 그 무수한 몸의 비늘 앞에서 아버지는 허어~, 나는 찔끔. 그때마다 손으로 처얼썩 등짝을 갈기시던 아버지의 마음을, 내가 아버지 나이만큼이 돼서야 겨우 짐작하겠다. 만약 그때 ‘아무리 씻어도 자꾸만 때가 나오는 것’이 ‘몸이 살아 있어서 그렇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아버지도 나도 조금은 덜 미안했을까. ‘눌러둔 마음이 늘 철썩거리는 것’을 ‘영혼이 살아 있기 때문’이라고 위안하면 허허로운 이 가을 저녁을 조금은 견딜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