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위해 일했는데…날아온 건 해고 통보”

삼성전자서비스 진주센터 폐업

2014-10-24     박성민
삼성디지털프라자
삼성전자서비스진주센터 폐업으로 인해 본사는 사무실 맞은편에 버스를 대기해 수리업무를 하고 있다. 휴대폰이 고장날 경우 건물에서 접수를 하고 버스로 이동해야 수리를 받을 수 있다. 수리비용 계산을 위해서는 다시 건물로 되돌아 가야 한다.
 
 
어제까지 을씨년스럽던 날씨가 아침이 되자 맑게 갰다. 백모씨는 오늘도 사천에서 오전 9시까지 진주시 본성동에 있는 삼성전자서비스 진주센터로 향한다. 지난 6일 회사가 폐업을 알렸지만 출근을 멈출 순 없다. 17일째 폐업철회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지만 회사는 묵묵무답이다.

“처음엔 당황스러웠어요. 어떻게해야 할 지 몰라 생각이 멍하다고 할까요. 폐업을 한지 보름이 지났지만 해결되는 기미는 없고 답답한 마음이 커요.”

입사 3년차에 접어든 백씨는 입사초기 월급명세서를 봐도 내역을 정확히 알지 못했다. 회사에서 주면 주는 대로 받고 별 생각없이 일했다.

하지만 노조활동을 하고 법을 알고부터 그동안 노동현장의 잘못됐던 부분을 알게됐다. “솔직히 부끄러운 면도 있어요. 여자는 저 혼자다 보니 눈에도 쉽게 띄고 다른센터에 있는 동기들로부터 연락이 자주오니까요. 어제만 해도 응원전화를 5통이나 넘게 받았어요. 기사나 페이스북을 보고도 연락해주시고 고객도 지나가다 아는 분은 인사를 해주세요.” 백씨는 근무경력도 짧고 쟁의활동도 처음 겪고있지만 노조활동에서 열정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다들 잘해주시고 든든해요 혼자이거나 소수인원이었다면 지금처럼 활동하지 못했을 거에요. 모든게 말 처럼 쉽지 않다는 걸 깨닫고있어요. 생각은 많지만 일단 그래도 해결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어요.” 노조는 결혼식을 앞둔 조합원도 있지만 거리 선전전과 서명운동, 투쟁집회, 전단지 배포를 이어가며 결속을 다지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진주센터가 지난 6일 폐업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지역센터를 하도급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삼성전자 옷을 입고 있지만 서비스센터 직원들은 삼성 정직원이 아니다. 임금도 정직원과 전혀 다른 체계다.

일부 시민은 노조원들이 삼성전자 정직원으로 알고 있는 경우도 있다. 한 노조원은 “삼성전자서비스의 계약관계를 잘 모르는 분들은 우릴보고 배부른 짓 한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다. 우리의 처우를 안다면 절대 그런 말씀 못한다. 억울한 우리 입장을 알리기 위해 모든 조합원들이 거리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진주센터 사장은 최근 삼성전자서비스와 재계약을 포기했다. 노조는 직원에 불리한 임금체계의 개선을 요구했다. 하지만 업체 사장은 남는게 없다는 이유로 지난 9월 직원들에게 폐업하겠다는 예고 통보를 했다.

지난 6일 서비스센터 폐업 이후 삼성전자서비스 본사는 대체인력 20명을 투입했다. 수리는 사무실이 아닌 총 5대의 이동용 수리버스(일명 BS차량)에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전만큼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다는 평가다. 10분 정도면 끝날 휴대폰 수리가 몇시간씩 걸리기도 했다. 한 통신사 대리점 직원은 “고객이 부탁한 휴대폰 수리를 맡겼는데 절반가량은 제대로 수리가 되지 않아 다시 AS를 맡기는 경우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여름 성수기철에 비해 고객수용가 줄어들었지만 그럼에도 밀려드는 고객을 제대로 소화하는데 역부족이다. 또 진주센터는 진주는 물론 산청과 하동, 사천, 남해, 함안 일부지역 등 서부경남 이용자들을 책임지고 있어 문제가 계속될 경우 서비스 공백이 장기화 될 것으로 보인다.

휴대폰을 고치러 온 한 시민은 “고장 접수를 하니 건물 맞은 편에 있는 버스로 이동하라고 해서 황당했다. 수리는 버스에서 하고 다시 수리비를 내기 위해서는 건물로 이동해야 했다. 이동으로 불편도 하고 수리도 뭔가 서툰 느낌도 들었다”고 밝혔다. 일부 고객은 수리를 받는 버스를 찾지 못하자 노조원들이 직접 안내해 주기도 했다.

현재 사측과 노조의 교섭은 중단됐다. 사측은 폐업 수순을 밟고있어 조합원들의 일터복귀는 요원하다. 당초 회사는 ‘전 직원은 10월 6일 퇴사(퇴직연금, 연월차수당 정산)하고 10월 00일 신규 재입사한다’라며 근속기간을 없애는 협의서를 제안했다. 노조는 이후 ‘연차수당과 관련해 사측의 경영부담을 줄이기 위해 연차를 50%를 사용한다’고 한 발 물러났지만 여전히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퇴직금 문제까지 꼬이면서 대화는 교착상태다. 박모 조합원은 “수년 넘게 삼성전자제품 수리를 해 온 노동자들에게 사장이 단지 법인을 달리하면서 근속기간을 없애려고 한다”면서 “이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사장단의 위임을 받은 경총과 금속노조가 2014년 6월 28일 맺었던 기준단협과 8월에 맺었던 진주서비스센터 합의안을 정면으로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퇴직금에서도 사측이 폐업날짜를 속이는 꼼수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려고 한다” 면서 “만약 폐업을 강행한다면 법률대로 통상임금을 지급하고 우리도 4대보험료를 납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삼성전자서비스 남부지사에서 해결책을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경남지부는 “삼성전자서비스가 진주센터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를 ‘직접고용’해야 한다” 면서 “하루빨리 사장을 선정해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삼성서비스센터폐업1
지난 6일 삼성전자서비스 진주센터가 폐업에 들어가자 직원들이 해결 촉구를 위한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뒤에 줄지은 버스는 삼성전자서비스 본사 차량으로 대체인력들이 버스내부에서 휴대폰 수리를 하고 있다.
올해 진주센터 노조는 불합리한 임금개선을 요구했지만 업체 사장은 적자경영이라며 폐업을 결정했다.
삼성전자이동수리차
지난 6일 삼성전자서비스 진주센터가 폐업에 들어가자 본사가 투입한 대체인력들이 이동수리차량에서 가전제품을 수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