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을 함께 노래합시다"

황상원 (창원대학교 대회협력팀)

2014-11-03     경남일보
지난달 필자가 근무하는 대학의 도서관에서 황동규 시인의 초청강연회를 가졌습니다.

‘아픔을 노래하라’는 주제로 열린 강연에서 시인은 “삶의 진실 가운데 아픔이 있다. 인간에게는 원초적인 아픔이 있다”면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아픔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불교에서는 네 가지 성스러운 사성제(四聖諦)에서 아픔(苦聖諦)을 제일 앞에 내놓기도 하고 예수의 기적도 대부분이 아픈 병자 치료였다”고 말했습니다.

아름다운 시를 쓰시는 분에게도 아픔이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으면서도 “올해처럼 ‘아픔’이란 단어가 우리를 ‘아프게’ 한 적이 또 있을까”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같이 강연을 들었던 청중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이유도 비슷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비슷한 이유’는 우리사회에 큰 충격과 아픔, 성찰을 동시에 남겼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200여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에 있고 우리사회, 특히 어른들에게 많은 숙제를 남기고 있습니다.

그 숙제의 핵심은 잘못의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 그 책임을 묻고, 다시는 똑같은 아픔을 반복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는 데 있습니다.

또한 아픔을 다 같이 노래하고 치료하는 것 역시 우리가 한마음으로 풀어야 할 과제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들이 빠져 사는 ‘정보의 바다’라는 곳에서는 지금까지도 정확한 원인을 찾지도, 그 책임을 묻지도, 아픔을 같이 노래하지도 않은 채 ‘또 다른 아픔만’을 재생산하는 언어들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그 ‘아픈 언어들’이 쉽게 시들지 않고 독버섯처럼 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들이 독버섯을 배양하기 쉬운 토양에만 너무 많은 자양분을 뿌리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황동규 시인은 “아픔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아픔을 극복하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도 시를 읽고 문학의 짙은 향기를 맡으면서 다같이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입니다.

황상원 (대학교 대외협력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