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영서 통제사비 24기 무더기 발굴

2014-11-08     허평세
조선시대 3도수군통제영을 거친 통제사비 24기가 지난 7일 또 다시 무더기로 통영 무전동 말구리 매장지에서 발굴됐다.

대량 발굴된 통제사비는 모두 전의 이씨 통제사비로, 학계의 비상한 관심 속에 전문적인 학술조사가 뒤따라야될 것으로 보인다.

시는 지난달 15일 옛 통영으로 들어오는 말구리 마을 길가에서 통제사비가 대량 매장된 것을 확인하고 문화재청과 경남도에 신고했었다.

최초 발견자 김철호 시 문화재담당은 “효열비 등 비등록문화재가 시민들의 블로그에 자주 오르내리자 정비를 위해 현장 확인에 나섰다가 통제사비 등이 무더기로 묻힌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7일 또 다시 발굴된 24기의 통제사비는 1687년 부임해 2년 동안 통제사를 지낸 65대 이세선 통제사를 비롯 169대 이완식 통제사까지 8명의 전의 이씨 통제사비로 확인됐다. 현장에서 확인된 전의 이씨 통제사비는 169대 이세선, 75대 이창조, 110대 이의풍, 120대 이윤성, 139대 이방일, 145대 이윤경, 182대 이희경, 169대 이완식 등이었다.

이 중 75대와 120대 통제사비는 각각 3기가, 139대와 182대 통제사비는 각각 2기가 발굴됐다.

중복해 2~3기씩 발굴된 통제사비는 당시 대부분 재질이 약한 사암으로 훼손된 비석을 후세들이 여러 차례 새로이 세웠기 때문이다. 이때 새로 세우는 비석에 경위 등을 함께 새겨 넣고 기존 비석은 관습에 따라 그 아래 묻어 둔다.

한 통제사비의 비문에는 ‘을유년 관노 등이 통제사비를 세우고 갑자년에 다시 옮겨 세웠다’ ‘을사년에 다시 고쳐 세웠다가 계해년에 다시 세웠다’ 등 약 300년 동안 여러 차례 세워진 과정이 기록돼 있다.

비석이 겹쳐져 묻혔던 채로 발굴됐거나 통제사 이름 부분이 파손된 2기와 비석에 새긴 글자가 함몰된 2기 등은 전문가의 고증을 거쳐 확인할 예정이다.

또 파손된 채 비석의 일부만 묻혀 있었거나 비석 머리부분이 발견되지 않은 점으로 미뤄 급히 모아 매장하는 과정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기도 했다.

이날 발굴현장을 방문했던 진주박물관 임학종 학예실장은“통제사비의 최초 대량 발굴은 학계의 큰 관심거리다”며 ”말구리 매장지 주변 옛길에 대한 발굴 및 복원은 가치가 매우 높다”고 밝혔다

그동안 발견된 통제사비는 세병관에 모아 둔 61기와 이번에 발굴된 24기가 전부다. 그 외 고성군에 신대영 통제사비 등 4기, 통영 정량동 통영호텔 앞 바위에 새겨진 179대 이응서 통제사비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허평세기자 hpse2000@g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