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기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연목구어(緣木求魚)

2014-11-13     경남일보



연목구어(緣木求魚) -이기영
 

 

물을 길어 숲을 짓는 일은 나무의 일
죽은 나무에서는 물소리 들리지 않는다
언젠가 저 물고기 물길 잃어버린 나무처럼
오랫동안 물비린내 그리울 것이다


누가 깜빡 잊고 간 것인지, 저 물고기들의 한 생이 위태롭게 걸렸다. 돌이켜 생각하면 살아있는 것들의 목숨이 다 같을진대 저보다 작은 것들, 혹은 저보다 못난 것들, 아니 그리 여기는 것들을 대하는 인간의 됨됨이가 참 그악스럽다. 저 나무의 물길을 끊어버린 것도 인간이 저지른 만행일 것이고, 말라가는 나무 껍질에 위태롭게 생을 방치해 둔 것도 인간이 저지른 참상일 것이다. 넓혀 생각하니, 인간 욕심으로 끊어버린 목숨줄이 지천이다. ‘그리움’이란 닿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애태움이다. 인간의 욕심으로 끊어버린 지천의 목숨줄이 이젠 모두 닿지 못하는 그리움이 되어 버렸다. 그 그리움의 자리에 매년 수조 원의 헛돈이 비린내를 풍기며 흘러들고 있다고 한다. 너도나도,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저 나무처럼 혹은 저 물고기처럼 ‘물길 잃어버린’ 채 말라버릴 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