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대란’ 우려

이수기 (논설고문)

2014-11-13     경남일보
무상보육(누리과정) 논란으로 ‘누리’ 단어가 화두다. 국어사전은 예스러운 말이라고 설명을 달아 놓았다. 세상·세계를 달리 부르는 순우리말이 ‘누리’다. ‘온 누리가 하얗다’. ‘해방의 감격이 온 누리에 퍼졌다’ 등으로 쓰인다. 지난 2005년 11월 APEC 정상회담 회의장인 부산 해운대 동백섬에 지은 건물이름도 ‘누리’를 딴 ‘누리마루’다. 마루는 ‘꼭대기, 정상’을 뜻하니 세계의 정상이 모인 회담장의 이름으로 썩 잘 어울렸다.

▶무상급식·무상보육 논쟁과 설전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심사는 불편하고 혼란스럽기만 하다. 고집하는 공약에 따른 독설과 억지주장만 쏟아내는 것처럼 보인다. 설전·논쟁은 보수·진보는 물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시·도지사와 시·도교육감의 대립으로 격화되는 양상이다.

▶누리과정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만 3~5세 유아에게 공통적으로 제공하는 무상 교육·보육제도로 2012년 3월 만 5세를 대상으로 시행에 들어가 2013년 3~4세까지 확대됐다. 올까지 누리과정 예산은 지자체가 부담했으나 내년부터는 지자체의 예산지원 의무가 사라진다.

▶시·도 교육청은 어린이집 보육료를 정부 부담 요구에다 교육부도 누리과정 지원 등을 위한 지방교육재정 교부금 3조원 증액을 요구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정부도 예산이 부족, 지자체에 내려보내는 돈을 줄이다 보니 지자체도 더 이상 어린이집 보육료를 부담할 여력이 없는 상태라 ‘누리과정 예산이 허공에 뜬 것’이다. ‘누리대란’이 우려된다. 이수기 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