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 소나무
강선주 법학박사, 전 진주·창원 경찰서장
2014-11-18 경남일보
그런데 그 믿음에 확신이 서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며칠 전 아이 둘을 부양해야 하는 40대 여성이 “진주는 살기는 좋은데 벌어먹을 곳이 없다”는 푸념을 했습니다. 진주의 경제나 산업이 지지부진해서 일자리가 마땅치 않아 생활하기가 어렵다는 말일 것입니다. 또 진주를 오랜만에 찾는 사람들은 제 일성이 “진주는 20년 전이나 30년 전이나 똑같다”입니다. 아무렴 20년 전이나 30년 전이나 똑같을 수가 있겠습니까. 그동안 남강변이 정비되고 시내 곳곳에 고층아파트들이 즐비하게 들어서는 등 변화가 있었지만 뚜렷한 성장동력이 없어 도시발전이 다른 도시들보다 좀 뒤처졌다는 말일 것입니다. 이런 도시에서 묵묵히 자기가 맡은 일을 열심히 하면서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하며 살고 있는 분들이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럽습니다.
못난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 못난 소나무가 부모의 산소를 지키고, 선산을 지키고, 고향을 지키는 것입니다. 같은 소나무지만 토질이 좋고 비바람을 덜 받아 곧고 수려하게 자란 소나무는 사람들이 재목으로 쓰기 위해 베어 가 버립니다. 일류대학을 나와 서울로 외국으로 가서 출세한 사람들은 잘난 소나무들입니다. 그래서 자식을 아주 잘 키우면 국가의 자식이 되고, 그 다음으로 잘 키우면 장모의 자식이 되고, 적당히 잘 키우면 내 자식이 된다는 얘기도 하였습니다.
저를 비롯해서 진주에 살고 있는 우리들 대부분은 못난 소나무입니다. 우리 자식들 대부분도 못난 소나무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그 못난 소나무가 우리에게 효도하고 우리의 산소를 지키고 우리의 고향을 지킬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못난 소나무에게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하는 것입니다.
/강선주 법학박사, 전 진주·창원 경찰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