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 (이재무 시인)

2014-11-23     경남일보
늦은 점심으로 밀국수를 삶는다





펄펄 꿇는 물속에서

소면은 일직선의 각진 표정을 풀고

척척 늘어져 낭창낭창 살가운 것이

신혼적 아내의 살결같구나





한결 부드럽고 연해진 몸에

동그랗게 몸 포개고 있는

결연의 저, 하얀 순결들!





엉키지 않도록 휘휘 젓는다

면발 담긴 멸치국물에 갖은 양념을 넣고

코밑 거뭇해진 아들과 겸상을 한다





친정 간 아내 지금쯤 화가 어지간히는 풀렸으리라





감상: 적의의 까칠한 시선을 애써 피하며 아들과의 멋쩍은 겸상, 젓가락에 휘 감기는 국수의 찰진 가닥만큼 온 몸에 치적되는 원망의 눈빛을 삼키는 애비의 궁핍한 사연, 그 팽팽한 찰나의 공간속에 끓인 국수 가락만큼 타래가 풀리길 희망하지만 화를 이고 친정 간 아내, 이 낭패스러움.. (주강홍 진주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