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시] 낙엽을 밟으며

2014-11-19     경남일보
오랜만에 가져보는

한가롭고 여유로운

나만의 시간을

잘 정돈된 산책로를

따라서 떨어지는

낙엽을 사뿐사뿐

밟으며 걸어본다.



마치 축복이라도

하려는 듯 차갑게

몰아치는 칼바람에

가는 가지 끝에 붙어

떨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써다가

이내 항복을 하면서

머리 위로 떨어지며

저만큼 나뒹군다.



저 멀리 보이는

황금들녘엔 풍성함을

알려주는 그루터기만이

덩그러니 남아 쓸쓸하고

허전함을 더해준다.



떨어져 밟힌 낙엽들의

아픔을 호소하는

소리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픔을 견디며 더 좋은

새싹을 피우기 위해

그렇게 사라져 간다.

/조희제·진주시 천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