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희망이…아낌없이 다 주고 떠난 50대

사후 안구·인체 기증 100여명에 새 생명

2014-11-30     정희성
진주에 살던 50대 남성이 안구와 인체조직기증을 통해 생명 나눔을 실천하고 ‘영면’해 지역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경상대학교병원은 지난 11월 19일 병원에서 치료 중 사망한 고 강모(59)씨의 각막을 기증받아 대기자 2명에게 이식수술을 무사히 마쳤다고 30일 밝혔다.

고인은 올 2월, 경상대병원 장기이식센터를 통해 뇌사 상태가 되거나 사망하게 되면 장기와 인체조직을 기증하겠다는 기증희망등록을 했다.

그리고 몇 달 후인 지난 11월 19일 강씨는 특발성 폐섬유증으로 인한 호흡부전으로 세상을 떠났다. 유족들은 고인의 뜻을 받들어 사후 안구기증과 인체조직기증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하게 됐다. 유족들에 따르면 고인은 입원 치료를 받는 중에도 가족들에게 본인이 사망하게 되면 꼭 장기기증과 인체조직기증을 하도록 당부했다고 한다. 가족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기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상대병원 장기이식·안은행은 강씨의 안구 상태를 평가한 후 경상대병원과 경북대병원의 각막이식 대기자 2명에게 각각 이식했고 이들은 현재 빠른 속도로 회복중이다.

또 강씨의 인체조직은 한국인체조직기증원을 통해 골육종이나 심한 화상 등 장애와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환자 100여명에게 이식될 예정이다.

경상대병원 안과 김성재 교수는 “고인 덕분에 각막이식자 2명이 빛을 보게 됐다. 우리나라 각막이식 대기자는 4000여명에 달하지만 그중 10%만이 이식을 받고 있다. 제공받는 각막 중 기증률은 10%정도로 주로 국외에서 수입하는 각막에 의존하는 실정”이라며 “각막의 경우 사후기증이 가능하다. 이번 사례를 계기로 지역사회에서 사후 각막기증에 대한 의식이 변화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희성기자 raggi@g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