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복지, 개발과 협력 그리고 상생해야

박재현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2014-12-01     경남일보
‘세월호’ 사건으로부터 우리는 안전이라는 것에 더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안전이라는 화두를 연결하고 직시하게도 되었다. 그래선지 올해는 예년에 비해 산지에서 산사태가 많이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다양한 분야에서 부처의 핑퐁식 관리체계는 고쳐질 기색이 없다.

예를 들어 도로를 절취하는 과정에서 강우 등 원인으로 비탈면이 무너지게 되면 그 안전대책 및 복구는 어느 부서에서 하는가. 당연히 개발과정에서 발생된 사항이므로 원인자 부담이 상식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관련 토지가 산지이므로 산림당국에서 제반처리를 해야 한다는 식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그것은 규제 위주, 내 일이 아니라는 생각, 우선 힘든 상황에서 빠져나가고 보자는 식의 안일주의 등 여러 가지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까닭이다.

이뿐인가. 산림·환경분야는 늘 일의 순서가 뒤에 놓여 있다. 개발이 먼저고 보전과 복구는 뒤라는 생각이 만연되어 있다. 도시 주변의 산지를 훼손해 주택과 공장을 짓고 무너지면 산림당국의 책임으로 돌린다. 이와 같은 일들이 고쳐지지 않고 왜 지속적으로 계속되는가. 생각을 바꾸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시대는 다양성과 합리성, 그리고 융합과 통섭이 대세다. 한 분야만의 논리만을 내세워서는 해결되지 않는 일들이 무수히 많다. 예전처럼 목소리가 크다고 일사천리로 다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관계되는 일들 속에서 타 분야와 접목하고 연결하여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협력과 이해가 따라야 한다. 다른 분야의 생각과 논리를 이해하고 긍정적인 시각에서 먼저 바라봐야 한다. 그래야만 모든 일들이 원활하게 해결될 수 있다. 이러한 일들은 산림분야만의 일은 아니다.

앞서 말했던 도로의 절취과정에서 강우 등 원인으로 산사태가 발생했다 하자. 도로부서에만 책임이 있는 것인가. 엄밀히 말하면 도로를 절취했으니 무너지는 것 아닌가 라고 산림부서에서 주장할 수 있다. 생각을 바꿔 이미 무너졌으니 어쩔 것인가. 원인인 개발부서과 협력하여 다시는 더 무너지지 않도록 도로 위쪽의 산지를 보강하고 복구하는 차원에서 협력하고, 또 개발부서에서는 우리가 이렇게 잘못했으니 도움을 요청하고 지원을 협조하는 방향으로 협력을 이끌어낸다면 일들은 원활히 처리될 것이다. 이 같은 일들이 산림부서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고, 또 왕왕 발생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협력과 동반의 시대를 살고 있다. 아무리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시대를 산다고 해도 동반과 협력의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의 발전은 요원한 일일 것이다. 적어도 다가오는 시대, 다가오는 해에는 이러한 부처이기주의, 동반과 협력, 상생을 저해하는 일들은 벌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독불장군은 성공할 수 없다. 타 분야를 인정하고 또 그런 분야와 협력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분명 더 나은 합의점을 찾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는 서로 간 양보도 필수적이다. 보전을 생각하는 가운데 개발을 하는 것도 보다 좋은 개발을 이루어내는 일인 것 같이 개발과 보전이라는 상극의 관계에서도 협력과 이해 그리고 상생은 함께한다는 생각, 그것이 올해를 돌아보게 하는 생각이다. 녹색복지도 결국은 그 부분에서 해결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박재현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