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시]겨울(冬)

2014-12-15     경남일보
눈 내리고 찬바람

불어오니 겨울이

오긴 왔나 봅니다.

그렇게 우리들의

식탁을 풍요롭게 했던

가을들녘의 풍성함도

논가에 사일로 뭉치만

군데군데 놓여 있고,

전국의 산하를

울긋불긋 물들이고

수놓았던 고왔던

단풍잎들도 불어오는

겨울 찬바람에 항복을 하고

앙상한 가지마다

몇 개 남지 않은

낙엽들조차 떨어지기

싫은지 거세게

저항하다가 결국

두손 모두 들고

차가운 보도 위로

힘없이 떨어지며

가는 가을이 아쉬운지

낙엽으로 화답하며

그렇게 추운 겨울은

어느새 우리 곁으로

살며시 다가왔습니다.

어쩌면 추운 겨울과

인생의 노년과 같은

느낌이 들어서 가는

세월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조희제·진주시 천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