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기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이수정 낙화놀이

2014-12-18     경남일보


 

이수정 낙화놀이 -박서영


얼마나 오랜 시간 심장에 불을 품었을까.
화르르 화르르 불꽃을 날려 보내는 바람
사랑이 잠시 농담처럼 왔다 가버린 이수정 연못의 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불씨의 낙화를 보다.


사랑한다는 것은 관심을 갖는 것이며, 존중하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책임감을 느끼는 것이며 이해하는 것이고, 끊임없이 주는 것이다. 독일 철학자 에리히 프롬은 그의 저서 ‘사랑의 기술’에서 사랑을 이렇게 정의한다. 관심, 존중, 책임감, 이해, 그리고 끊임없이 주는 것. 이것들이 한데 어울리지 못하면 사랑은 ‘화르르 화르르 불꽃을 날려 보내는 바람’처럼 그렇게 날려가 버리고 말 것이다. 우리가 흔히 사랑이라 착각하는 그 잡스러운 감정에는 존중과 책임감이 없다. 그래서 그것들은 ‘잠시 농담처럼 왔다’가 잔바람에도 풀썩, 몸을 옮겨 가버리고 마는 불티와도 같은 것이다. 낙화놀이의 화려함에 마음을 빼앗기기 쉬운 것은 불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그을음 또한 짙다.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온몸에 들러붙을 그을음을 늘 경계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