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김진 시인)

2014-12-21     경남일보
갈대밭에서 뽀얀 속살을 숨긴 채

쪼그리고 앉아 울던 길

참말 시꺼먼 이불을 덮어 쓰고도

춥다 춥다 중얼거리며 돌아누운 길

벚나무에서 떨어진 수많은 소문들이 달라붙은 채

섬진강으로 향하는 저 많은 길

거미줄 같이 얽힌 길을 보니

모든 길은 한 움큼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기억을 안고 있어 무거운 길은

아무도 누구도

주인이 없다.

( 김진의 길 중에서)





*

아스팔트의 포장을 덮고 길들은 시린

기억의 갈래들로 한 움큼씩 사연을 베고 누어있다,

무수히 열려 있는 그 길을 우린 선택으로 걸어왔고

이제 그 궤적들은 딱지로 남겨 두어야 한다,

오늘이 동지이든가,

거친 여정들을 촉수로 더듬었던 생의 모퉁이에서

해의 기울기가 한 획을 끗는다, 오늘밤은 더 깊을 것이다,(주강홍 진주문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