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에 대한 생각
윤재환 (시골을 사랑하는 시인)
2014-12-21 경남일보
필자도 한 해를 보내면서 나름대로의 송년의식을 치른다. 12월 31일 한 해를 보내는 마지막 날, 해질 무렵에 의령의 진산인 자굴산과 나란히 서 있는 한우산으로 간다. 그곳에서 지리산 쪽으로 지는 해를 바라본다. 하늘을 온통 붉은 노을로 물들이면서 지고 있는 해를 지켜본다. 숭고하고 거룩하다. 그 해를 바라보면서 새해 첫날부터 살아온 지난 시간을 회상해 본다. 저 해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아침에 떠올라서 낮에는 밝게 비추다가 저녁에 노을을 남기고 지곤 했다. 가끔씩은 구름이 끼고 때로는 눈이 내리기도 하고, 비가 내리기도 할 때는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지만 해는 늘 그 자리에서 시간을 바꾸어 가며 뜨고 지고를 반복했다. 그 해로 인해 고맙게도 1년을 살아 왔다. 많은 일들을 했고 많은 것을 이루었고 많은 사람을 만났고 많은 풍경을 보았다. 그 해를 보며 고마움을 느낀다. 그 순간 영하의 기온과 차가운 바람으로 손은 시리지만 가슴은 따뜻해진다. 그 여운이 또 행복하게 해준다.
그래서 1월 1일 새해 첫날 아침에는 해를 보러가지 않는다. 함께할 해도 중요하겠지만 함께한 해를 더 소중하게 여기고 가슴으로 나누고 보낸다. 새해 첫날에 뜬 해는 다시 연말에 질 것이다. 1년의 시간이 흐른 뒤인 그날 지는 해를 보면서 후회하지 않는 얼굴과 부끄럽지 않은 가슴으로 또 해를 보낼 것이다. 오늘도 아침에 떠 오른 해가 밝은 빛과 따스한 햇살을 주고 있다. 참 고마운 해다. 그 해로 인해 하루가 또 빛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