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호로자식(胡虜子息)’

이수기 (논설고문)

2014-12-23     경남일보
버릇없는 남자를 말할 때 ‘호로자식(胡虜子息)’이라는 욕을 한다. 배운데 없이 제풀로 자라 교양, 버릇이 없는 사람을 ‘호노자식(胡奴子息)’, ‘호래아들’이란 말도 한다. 정묘호란과 병자호란 때 부녀자 등 무려 50여만명이 청나라에 포로로 잡혀갔다. 포로여자한테서 낳은 자식을 ‘호로자식’이라했고, 청나라에 조공녀로 보낸 여자들이 고향으로 돌아온 여자들을 화냥년(還鄕女)이라 했다. 그들이 낳은 자식을 호로(胡虜), 즉 오랑캐의 자식이라 하여 사회에서 냉대했다는 한탄스러운 역사도 있었다 한다.

▶환향녀들은 자신의 순결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자결을 하는 슬픈 일도 있었다. 청군에 더렵혀진 여인이라는 주위의 손가락질과 내쫓김에 고향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슬픈 신세가 됐다 한다.

▶청나라는 포로들을 등급을 매겨놓고 엄청난 돈을 요구, 인조(仁祖)는 하는 수 없이 각자 재산을 팔아서 그 돈으로 포로들을 데려오도록 하여 상당수의 여자들이 돌아왔다. 인조는 환향녀의 사회적 문제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자 홍제천 물에 몸을 씻고 도성에 들어오면 다시 정조에 대한 논란을 하지 말라는 교지를 내렸다고 전해진다.

▶현재 상황도 임진왜란, 병자호란 후의 상황과 유사하다는 말도 한다. 위정자들이 진정으로 국민들을 위한다면 국가개조에 지금처럼 하면 안 된다. 국가개혁의 골든타임이 그냥 지나가고 있다. 일부 정치인의 막말과 행동을 보고 현대판 ‘호로자식’ 같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이수기 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