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적 타락 증후군(症候群)’

이수기 (논설고문)

2014-12-29     경남일보
다사다난했던 갑오년 새해라는 말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올해도 단 하루 남았다. 올해는 온 국민을 집단 트라우마와 무기력증에 빠트린 세월호 참사 등 상상도 못했던 사건이 연이어졌다. 그야말로 상처요 회오리바람이 헤집는 미망으로 그득했다. 또 청와대부터 민정수석실 공직기강 비서관의 정도를 벗어난 ‘등잔 밑이 어둡다’는 등하불명(燈下不明)의 한 해였다. 박근혜 대통령도 ‘등잔 밑의 요지경’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청와대의 동향 문건 유출사건’은 누가 봐도 국기문란 행위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의미로 ‘물고기는 항상 대가리부터 썩는다’는 속담도 있다. 지도자들 중에는 수오지심(羞惡之心)의 고사와 거리가 먼 행동을 자주 본다. ‘내가 한 잘못에 대해서는 부끄러워하고 남이 한 잘못에 대해서는 미워하는 마음’에서 의(義)의 본성이 발현된다는 것이다.

▶수오지심의 본질은 ‘부끄러움(치:恥)을 아는 사회질서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보통 남의 잘못에 대해 미워하는 마음은 갖기 쉬우나 나의 잘못에 대해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갖기란 쉽지가 않다.

▶지도자들이 국민과의 소통이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정한 법이나 정책, 인사 등을 무조건 따르라고 강제할 때 곧바로 불신과 저항을 받게 된다. 사회구성원마다 수오지심의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집단적 타락 증후군(症候群)’이 사회에 팽배해지게 되는 원인은 국민을 속이는 불신의 정치에서 온다고 할 수 있다. 이수기 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