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여야, ‘羊頭狗肉식의 치킨게임 정치’

이수기 (논설고문)

2015-01-05     경남일보
우리정치는 “여야가 마주 보고 달리다가 담력이 약해 피하는 쪽이 지는 승부, ‘치킨게임정치’를 하고 있다. 여야의 다툼에선 승자는 없고, 모두가 패자(敗者)밖에 없다. 어느 한 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양쪽이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극단적인 ‘게임이론’ 같다.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자동차 ‘게임’은 한밤중에 도로의 양쪽에서 두 명의 경쟁자가 자신의 차를 몰고 정면으로 돌진하다 충돌 직전에 핸들을 꺾는 사람이 지는 경기이다. 핸들을 꺾은 사람은 겁쟁이, 즉 ‘치킨’으로 몰려 명예롭지 못한 사람으로 취급 받는다. 양쪽이 모두 핸들을 꺾지 않을 경우 둘 다 ‘승자’가 되지만, 결국 충돌로 양쪽 모두 ‘자멸’하게 된다.

지겹게 만드는 여야 다툼엔 敗者밖에 없다

지난해 연말 교수신문의 사자성어 ‘지록위마(指鹿爲馬’)와 올해 ‘정본청원’(正本淸源)’은 우리정치 자화상이다. 낯부끄럽고, 이전투구 등 분열과 갈등만 판친다. 양보하면 진다는 의식이 팽배되어 있는 한 우리사회는 여전히 ‘치킨게임법칙’에 빠질 수밖에 없다.

혐오의 정치는 날이 갈수록 더욱 위협적이다. 무능을 보인 집권당과 청와대는 공동 운명체로 어느 한쪽의 파멸은 공멸로 이어진다. 여당은 제대로 대통령에게 직언 한 번 하지 않은 무책임에 대한 반성이 먼저 필요하다. 자신들도 청와대와 마찬가지로 총체적 위기의 출발점에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형식논리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야당은 합리적 주장이 당의 중심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체질개선이 시급하다. 민주당 역시 수개월째 제대로 싸우지도, 타협하지도 못하는 엉거주춤한 행보가 계속됐다. 혁신 없이 권력다툼만 벌이는 야당엔 미래가 없음을 직시해야 한다. 그러나 자기희생을 내보이면 그 변화는 국민들에게 훨씬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상대편을 인정하지 않고 짓밟으려 하는 모습이 위정자들뿐만이 아닌 일반국민, 국가기관, 대기업 등에서도 나타나는 것 같아 더 안타깝다. 지난해 연말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해산 결정이후 한쪽에선 승리의 춤을 추는데, 다른 한 편에서는 분노의 구호를 외쳤다. 무엇이 양 극단으로 갈라서게 한 것일까. 주위를 한 번 둘러보면 우리 사회 어디에 소통, 화합, 융화, 사랑, 이해, 관용의 단어들이 설 자리가 별로 없다.

여야는 同舟共濟 상생정신 기대

여권의 친박·비박 갈등을 국민이 걱정해야할 정도고, 야당은 대표 경선을 놓고 친노(親盧)·비노(非盧)로, 당명 개정을 놓고 계파 간 싸움터로 변했다. 여야는 정쟁 속에서 양보하고, 타협하고 협동하려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이러다가 정당의 위기를 넘어 정치가 공멸의 위기에 빠질지도 모른다. 평화와 희생의 상징인 양(羊)의 해인 올해는 여야가 동주공제(同舟共濟) 같이 배를 타고 함께 강을 건너는 ‘상생의 정신’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광복 70년, 분단 70년인 올해는 정치가 실종, 마치 ‘양두구육(羊頭狗肉)식의 치킨게임 정치’의 무기력증에 빠진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청와대, 여야는 최악의 사태를 피할 길을 함께 찾아야 할 것이다.

 
이수기 (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