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에도 잘 찾아보면 길이 보인다

김윤세 (인산가 회장· 광주대학교 생명건강과학과 교수)

2015-01-11     경남일보
7년 전인 54세 때 서울 외곽의 북한산 인수봉 체험을 하고 싶어 암벽등반을 지도하는 등산학교에 신청했으나 연락이 없었다. 그곳의 답은 “하던 암벽등반도 그만 둘 나이”라며 신청을 받아주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다른 곳에 신청해 백운대 슬랩 등반을 나섰다. 그곳의 바위는 은산철벽처럼 깎아지른 듯한 벼랑을 이루며 서 있었다. 첫 암벽등반에 나섰지만 얼마 올라가지 못해 미끄러져 무릎, 발꿈치 등이 까져 피가 줄줄 났다. 암벽을 잘 타는 사람은 잡을 곳과 발 디딜 곳을 미리 찾아 맨땅을 걸어가는 것처럼 유유히 올라간다.

바위벽인 암벽(巖壁)과 난치성 질병인 암(癌)의 벽, 즉 암벽(癌壁)은 닮은 점이 적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위벽처럼 암?난치병?괴질도 마치 절벽을 마주 대한 듯 “더 이상 길이 없구나”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어떤 상황에서도 절망하고 자포자기할 필요가 없다. 숨이 끊어지지 않았다면 희망이 있고 ‘참 의료’에 대한 자각(自覺)과 실천 노력여하에 따라서 얼마든지 병마(病魔)를 물리치고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법이다.

신문기자 시절, 밥 보다는 술을 더 많이 마셔 속이 완전히 상해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적이 다섯 번 정도 된다. 다행히 선친(仁山 金一勳, 1909~1992)의 훌륭한 의술 덕에, 더 구체적으로 ‘인산쑥뜸’ 덕에 목숨을 건지고 건강을 회복했지만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아찔해진다.

생사(生死)의 기로(岐路)에 섰을 때 어떻게 살아날 수 있었겠는가. 암벽을 타는 이들은 바위를 처다 볼 때 모래알 만 한 돌기조차 찾아내 손가락 끝으로 잡고 올라가지만 훈련을 받지 않은 일반인들은 그것을 보지도 못할 뿐 아니라 설혹 본다 하더라도 공력(功力)이 부족해 절대로 그것을 붙잡고 올라가지는 못한다.

잘 찾아보면 발을 디딜 수 있는 곳도, 손으로 잡을 것도 있지만 그것을 이용해 올라가고 그 벽을 넘어가려는 지속적 노력을 하지 않고 더 이상 방법이 없다는 생각, 절망과 자포자기에 빠져 ‘살 길’을 찾지 않고 스스로 자신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기사회생(起死回生)의 활로(活路)는 잘 찾아보면 반드시 보이고 그 살 길의 이정표에 따라 꾸준히 걷노라면 반드시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게 되는 법이다.

암, 난치병에 걸려 고생하는 모든 분들이 비상한 각오와 노력을 통해 을미년을 미생(未生)에서 완생(完生)으로 가는 원년으로 삼으시기를 충심으로 기원한다.

김윤세 (인산가 회장· 광주대학교 생명건강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