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조지은(再造之恩)의 후회
하상근 (울산대학교 행정학과 객원교수·행정학 박사)
2015-01-12 경남일보
당시 청군에 붙잡혀 끌려간 조선인의 수는 50만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리하여 남한산성으로 도망쳐 왔던 인조는 항복하면서 청나라 홍타이지 무릎 아래 꿇어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개과천선하겠다고 다짐한 후, 소현세자와 신료들을 이끌고 삼배구고두례(三拜九叩頭禮)를 행했다(‘삼배구고두례’는 무릎을 꿇은 채 “일고두”(一叩頭), “재고두”(再叩頭), “삼고두”(三叩頭)의 호령에 따라 양 손을 땅에 댄 다음 이마가 땅에 닿을 듯 머리를 조아리는 행동을 세 차례 하고, 호령에 따라 일어선다. 이 같은 행동을 3회 반복한다). 시대를 읽지 못하는 아둔한 생각과 기존의 절대 강자에 대한 미련한 사대주의로 백성들을 사지로 밀어넣은 것이다. 청의 침략 가능성을 뻔히 알면서도 아무런 대책없이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던 인조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였던가.
권력층의 한계와 아집, 불협화음 속에서 국제정세에 대한 사실을 무시하고 안이한 사대주의에 빠진 인조정권으로 인해 한반도에 전쟁터가 되었던 것이다. 이는 14세기 후반부터 현재까지 한반도 주변의 힘의 균형이 깨어지면, 한반도는 어김없이 전쟁터가 되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명나라가 왜에 맞서 조선을 도와준 건 사실이고, 고마움을 느끼는 게 맞기는 하다. 하지만 이 때문에 국제관계에 대한 이해도 없이, 명나라에 대해 반복적인 보은을 강조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다. 병자호란이 일어난 지 380년이 지난 이후 지금의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하상근 (울산대학교 행정학과 객원교수·행정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