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단]가족 (정용철 시인)

2015-01-18     경남일보
창밖을 보며 서 있는데

한 사람이 이리로 옵니다.

어디에도 한눈팔지 않고

곧바로 우리 집으로 옵니다.

얼굴도 걸음걸이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잠시의 망설임도 머뭇거림도 없습니다.

어느 날. 아내가 되어

늘 바쁘게 여기저기 오가지만

집으로 오는 길은 언제나 이렇게

당당하고 거침이 없습니다.

“딩동!” 초인종 소리가 들립니다.

빨리 가서 문을 열어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혼납니다.



* 벤치에 앉아서 물끄러미 아파트

층수의 불빛을 헤아리다 보면 문득 겁부터 나는 나이.

곰곰이 생각하면 하느님이

혼자 사시는 이유를 알 것 같다.

권좌에서 물러난 지는 이미 오래고

흰머리는 더 가늘어 지고 그 굴레와 압박

그리고 그 경배로운 이름, 아내

(주강홍, 진주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