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가다] 경상대 경남야생동물센터

생사기로 야생동물의 든든한 안식처

2015-01-21     임명진
지난 21일 오전 10시 경상대학교 수의과대학 건물 앞 경남야생동물센터. 이곳에는 생사기로에 있다 구조된 독수리와 삵, 맹금류 등이 자연으로의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경상대 경남야생동물센터는 2008년 5월 문을 열었다.

도내에서 발생하는 조난 또는 부상당한 야생동물과 천연기념물의 구조, 치료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정부와 경상대의 긴밀한 연계에 의해 설립됐다.

현재 이곳에는 20여 마리의 독수리와 삵 등 야생동물들이 더부살이 중이다.

붕대를 감고 있는 말똥가리는 이틀 전 날개를 다친 채 주민신고로 구조됐다. 상태는 양호해 2~3주 후에는 방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날개를 다친 황조롱이도 현재 회복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창공의 지배자, 매는 상태가 심각하다. 꼬리깃을 다쳐 장기입원을 해야 하는 처지. 깃이 있어야 하늘을 날 수 있기에 올 겨울은 꼼짝없이 센터에서 지내야 한다. 근처에 비둘기 한 마리가 눈에 띈다. 비둘기도 탈진한 채로 이곳으로 실려 왔다.

요즘같은 겨울에는 새들의 세상이다. 센터에서 걸어서 10여 분 거리의 뒷산에 마련된 계류장은 새들의 비행훈련장.

여기에는 겨울을 나기 위해 경남을 찾았다가 탈진한 채로 발견된 독수리 6마리가 열심히 날개짓을 하며 소란스럽다.

한 마리를 제외하고는 회복이 빠른 편이다. 겨울이 지나면 곧 이곳의 독수리들은 몽골 쪽으로 머나먼 여정을 떠나야 한다.

바로 옆 삵 우리. 이곳에서는 다친 삵 3마리가 보호를 받고 있다. 사람이 설치한 덫에 걸려 제각기 앞다리와 뒷다리가 절단된 채 실려 왔다.

석성훈 진료팀장은 “현재 거의 회복이 되고 있는데, 다리가 절단돼 야생으로 다시 방사를 해야 할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상태”라고 말했다.

경남야생동물센터는 지난해 총 701마리의 야생동물을 구조했다. 이중 다시 돌아간 개체수는 217마리. 폐사된 야생동물은 468마리다. 나머지 동물은 장기치료가 필요해 센터에 계류중이다. 실제 이곳으로 실려온 야생동물의 생존율은 불과 20~30% 수준. 대부분 죽기 직전의 상태에서 들어오기 때문에 생존률은 극히 떨어진다. 그래도 한 마리의 야생동물을 더 구조하기 위한 이곳의 일상은 분주하다.

센터는 치료 못지 않게 야생동물을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적응과 훈련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석 진료팀장은 “구조된 야생동물들은 치료를 마치고 회복훈련을 거치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야 하는 만큼 야생성을 최대한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자연의 품으로 다시 돌려 보낼때, 그때가 가장 행복하고 뿌듯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임명진기자 sunpower@g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