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앞에 왠 26층 아파트?

창원 재건축 고층아파트 일조권 침해 논란

2015-02-04     이은수

 

전교생 700여명이 공부하고 있는 창원 상남의 한 초등학교. 도로도 하나없이 운동장 바로 앞에 최고 26층짜리 고층아파트가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4일 오후 3시, 운동장에는 입춘 절기에 볕이 한창 내리쬘 시간임에도 아파트건물에 가려 산골짜기에 사는 것처럼 땅거미가 드리워졌다. 학교 건물 또한 볕이 들지 않는 곳이 많았다. 학교 본관건물 왼쪽 운동장 축구골대 부근은 이날 오전 11시 전에 이미 햇볕이 자취를 감췄다. 하루에 햇볕 드는 시간이 몇시간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인근 주민들의 얘기다. 학교측은 비가 온 뒤 운동장 땅이 제때 마르지 않아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염화캄슘 등을 뿌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장기에 있는 학생들이 햇볕을 제대 쬐지 못할 경우 비타민 D흡수 부족 등으로 골다공증 유발 및 성장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해당 아파트는 H건설이 창원시 성산구 상남2구역을 재건축한 것으로 지하 2층, 지상 26층 아파트 9개동에 총 812가구 규모로 지난해 9월 준공됐다.

이에따라 본격적인 신학기를 앞둔 학부모들의 걱정이 깊어가고 있다.

학부모 A(45)씨는 “주변에 5층짜리 건물이 있을 때는 적당한 거리도 유지되면서 햇볕이 잘 들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25층이 넘는 아파트가 줄줄이 들어서 햇볕이 잘들지 않는 상황에 어두컴컴한데서 뛰놀 아이들을 생각하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닌데 어디가서 하소연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300세대 이상 규모의 주택은 학교 용지를 고려해야 한다. 부산지역에서는 학교 일조권 침해 소송에서 아파트 20층을 초과해 지어서는 안된다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며 “일조권 침해가 심각한 상황임에도 건축허가가 떨어진 이유를 모르겠다. 시간대별 일조권 관련 시뮬레이션 상황을 면밀히 살펴봤는지 의문스럽다”고 했다.

인근 주민들도 고층아파트가 들어서 조망권침해 및 사생활 침해와 함께 일조권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학교측 관계자는 “13층짜리 건물만 지어도 별다른 문제가 없을 텐데 20층이 넘는 고층아파트를 학교에 바짝당겨 지으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앞으로 구체적인 피해사례가 접수되면 (건설사 등에) 대책마련을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건설사 관계자는 “아파트를 건립하면서 학교 등과 충분히 협의를 마친상태며, 법적으로도 큰 하자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글=이은수기자·사진=황선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