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단] 설날(김종해 시인)

2015-02-15     경남일보
설날 (김종해 시인)


우리의 설날은 어머니가 빚어 주셨다.

밤새도록 자지 않고

눈 오는 소리를 흰떡으로 빚으시는

어머니 곁에서

나는 애기까치가 되어 날아올랐다.

빨간 화롯불가에서

내 꿈은 달아오르고

밖에는 그해의 가장 아름다운 눈이 내렸다.

매화꽃이 눈 속으로 날리는

어머니의 나라

어머니가 이고 오신 하늘 한 자락에

누이는 동백꽃 수를 놓았다.

석달 그믐날 어머니의 도마 위에

산은 내려와서 산나물로 엎드리고

바다는 올라와서 비늘을 털었다.

어머니가 밤새도록 빚어 놓은

새해 아침 하늘 위에

내가 날린 방패연이 날아오르고

어머니는 햇살로

내 연실을 끌어올려 주셨다.



*까치가 반기는 고향집에는 온돌이 따뜻할 것이다. 도마 위에 떡가래를 썰던 어머니는 흰 눈으로 내려오시고 방패연은 고목나무에 칭칭 감기어 시간의 태엽을 되돌릴 것이다, 동백은 더 붉어 한 잎씩 진한 그리움을 토할 것이다. 글피가 설날이다. (주 강홍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