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그랬던’ 사람들의 새해 맞이

본보 수습기자의 새로운 다짐

2015-02-22     김귀현
이번 설 연휴에는 시선을 피하고 겸연쩍게 웃어야만 했던 사람은 많아도 기뻐서만 웃었던 사람은 찾기가 어려웠다.

설날 인터넷에 올라온 ‘몇 시간 후 96년생 상황’이라는 게시물에는 ‘입시청문회를 시작하겠습니다’라는 글귀와 함께 인사청문회 사진이 덧붙여져 있었다. 오죽하면 이번에는 취업청문회 불참, 올해도 결혼청문회라는 댓글이 달렸을까. 그에 손가락질을 하자는 것은 아니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도 아픈 구석을 찌르고 싶진 않았을 테니. 다만 웃기만 해도 모자랐을 명절에 남 몰래 속 끓였을 누군가에게 ‘다들 그랬다’며 위로를 하고 싶을 뿐이다.

잠깐은 가시방석에 앉은 것도 같았으나 북적대는 분위기덕에 큰 명절답다는 생각을 했다. 설을 쇠며 한 명의 얼굴도 못 보았을 사람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멀어서, 피곤해서, 바빠서, 또는 오갈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쓸쓸한 닷새를 보냈을지 모르겠다. 집 안에 훈기가 돌길 바랐을 사람들은 아쉬운 소리를 할 지언정 함께 모이길 기대했다. 명절을 지나 사람들은 저마다 각기 마음을 다잡았을 것이다. 쓴 소리에 상처를 안은 사람도, 외로웠던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누구든 새해의 첫 기억으로 마음 아파 말았으면 한다. 잘 되라고, 잘 되려고 그랬던 것이니 서로 품어주었으면 한다. 나만 앓는 것 같아도 다들 같을 것이다. 음력 1월 1일에 ‘다들 그랬던’ 사람들이라면 새해에는 눈 맞추고 웃을 일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김귀현기자 k2hyun@gnnews.co.kr